억새와 갈대는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둘 다 볏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겉모습은 물론이고 꽃이 피고 지는 시기까지
비슷해 헷갈리기 십상이죠.
억새인지 갈대인지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디서 봤느냐'입니다.
냇가나 습지에서 봤다면 갈대, 산이나 뭍에서 봤다면 억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대는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반면, 억새는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습니다.
우리 가요 가사 중에서 '으악새'라고 표현되기도 한 억새는 은색이나 흰색입니다.
억새꽃도 은빛이나 흰빛을 띠면서 곱고 깨끗합니다.
갈대와 비교하면 줄기가 가는 편으로, 바람에 하늘하늘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잎이 줄기와 줄기의 마디를 감싸며 자라기 때문에 마디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 ▲ 갈대<사진 오른쪽>(순천만 갈대밭),억새<사진 왼쪽>(명성산 억새밭).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띱니다.
마디가 보입니다.
줄기가 뻣뻣해서 강한 바람에도 꿋꿋하게 견딥니다.
갈대꽃은 갈색이고 부스스한 것이 약간 지저분해 보입니다.
억새가 곱상한 '도련님'이라면, 갈대는 거칠고 강한 '반항아'랄까요.
잎은 정반대입니다.
억새잎은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어서 손을 베이기도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상대에게 뜻밖의 손해를 보는 경우를 비유한 '억새에 손가락 베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갈대잎은 억새잎과 비교하면 훨씬 부드럽습니다.
소 여물로 먹일 정도지요.
중국에선 갈대의 어린 싹을 노순(蘆荀)이라 부르며 귀한 요리재료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억새는 잎에 중륵(中肋·잎 가운데 있는 두꺼운 심)이 있지만,
갈대는 중륵이 없다는 점도 다르지요.
키도 차이가 납니다.
억새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사람보다 크게 자라기도 합니다만,
대개 1~2m로 사람보다 작습니다.
갈대는 보통 2~3m로 사람보다 훨씬 크게 자랍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억새와 갈대의 가장 큰 차이는 뿌리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최명섭 박사는 "억새는 곧고 짧은 뿌리가 포기 나누기를 하는 것처럼
증식하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대파 다발처럼 보이고, 갈대는 뿌리줄기에 마디가 있고
그 마디에 수염뿌리가 많이 나고 거기서 줄기가 다시 올라온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억새나 갈대의 꽃으로 착각하는 건 꽃이 아니라 씨앗이라고 합니다.
최 박사는 "억새꽃과 갈대꽃은 8~9월에 피지만 작고 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가을에 갈대나 억새 끝에 매달린 건 바람이 불면 멀리 잘 날아갈 수 있도록 복슬복슬한
털이 씨앗에 붙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