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박근혜가 없었다면?

이천이 2012. 1. 12. 17:25

[칼럼] 한나라당에 박근혜가 없었다면?
-SPn 서울포스트, 장자방 논객

오늘 당장 총선을 실시하면 한나라당은 괴멸 수준의 참패를 당할 정도로 일일 일건씩 터져 나오는 각종 병폐들이 민심이반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판 속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뿌려지는 돈 봉투 앞에는 여,야도 없고, 맷집도 없으며, 천하장사도 무용지물이다. 이것이 돈의 위력이다. 한나라당만 그랬을까 , 아니다. 돈 봉투 관례는 꽤나 역사가 깊다. 과거 3김 전성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침 오마이 뉴스를 통해 지금 한창 전개되고 있는 통합민주당에도 돈 봉투가 뿌려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나왔다. 정치판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려있는 구악의 한 단면인 것이다.

천하의 바보들은 권력을 한 번 잡으면 천 년 만 년 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특한 두뇌를 가진 노회한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임기 5년 동안 좌고우면 할 것도 없이 먹이 감이 보였다 싶으면 무조건 속성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다.

임기 초반이나 임기 중반까지는 밥상을 차려준 사람들은 그래도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잔뜩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다. 그러나 마치 무뇌아처럼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밥상에 차려진 아무 음식이나 마구잡이로 먹다가는 언제나 체하는 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돈 사건은 언제나 이렇게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도 한참이나 아픈 법인데 투자를 했는데도 투자금액에 대한 목표 기대이익이 실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임기 말 쯤 되면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마구잡이 폭로가 시작되는 법이다. SLS 이국철의 폭로도 그렇고, 최시중의 양아들이라는 사람의 주변에서 불거져 나오는 돈 관련 사건도 다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퇴임하는 당일 까지도 80% 이상의 높은 국민적 지지율을 받고 있었다. 지금의 MB 지지율은 20%대로 낙폭이 대폭락했다. MB가 지난 4년 간 정치를 정말 잘하여 큰 허물없이 지내왔다면 지금쯤 지지율은 최소한 50%대는 유지하고 있을 것이고, 그랬다면 서울 시장 재보선에서 패배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박근혜 비대위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친이계의 찬치 상은 아주 푸짐해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박근혜 고사작전은 대 성공을 거두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바닥 민심은 어떤가?

또 있다. MB 탓만 할 수도 없다. MB 정권에서 완장차고 MB의 전위부대를 자임한 친이계들이 자행한 일들이 그동안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면, MB 정권이 지금처럼 추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이계는 정말 MB 보필을 잘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는 절대로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다. 친이계가 너무나 잘 한 나머지 국민들이 착시 현상을 일으켜 MB 정권의 지지율이 형편없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친이계가 있다면 전면에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한다. 자신들을 옳게 보지 못한 국민들이 바보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재오는 왕의 남자라는 닉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10.26 재 , 보선이 끝나고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객토 론을 들고 나온 장본인이다. 객토란 무엇인가. 논, 밭을 이루고 있는 근본 모태, 즉 흙이다. 흙을 갈아 엎어버리는 것을 객토라고 한다. 한 철 농사가 끝나고 나면 다음 농사를 위해 농부가 객토를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정치에 있어 객토란 인적쇄신을 말한다. 불과 두 달 전에 나온 말이었다. 그것도 이재오가 했던 말이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강도 높은 쇄신안을 들고 나오자 자신의 입에서 나왔던 객토 론을 부정하고 대신에 엉뚱하게 나 홀로 분권 형 개헌론을 들고 나온다. 이런 소리를 듣고 국민들이 잘 한다고 박수를 쳐줄 확률은 0%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mb 정권이 왜 이토록 민심이 바닥을 기는지 반성하면서 “ 우리 탓이요” 라고 말하는 친이계는 아직은 없다 . 전부가 침묵 내지는 저항과 반발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바른말을 해대는 비대위들을 어떻게 하면 꺼꾸러뜨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디도스 사건이 터졌을 때 , 친이계중 어느 누구도 최구식 의원의 도의적 책임을 거론한 사람도 없었다. 박희태 의장의 김 모 전 비서가 연루되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권 추락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이들은 숨을 죽이며 박근혜의 전면 등장을 부추키는데만 열심이었다. 얼굴마담 격으로 박근혜가 등장하면 친이계의 에러는 묻히게 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면에 등장한 박근혜는 마치 저승차사와도 같은 굳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불만의 요체였던 것이다. 김문수와 정몽준, 그리고 홍준표가 주말에 만났다. 비대위의 김종인, 이상돈의 조건부 사퇴를 촉구했다. 자신들을 감싸줄 사람이 박근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생존본능의 자기 방어망의 구축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금 당장 선거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적 말미는 남아있다. 그래서 야당이 가장 좋은 선거 환경을 맞이했는데도 무언가 불안하고 겁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적장 박근혜 때문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위기는 반드시 기회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정치권의 대 쇄신을 박근혜가 이루어 낸다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로 반전하게 될 것이다. 야당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박근혜라면 그 막중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계심이 가득 찬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야당의 책사들은 이 점을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의 전개에는 역설도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다. 만약 한나라당에 박근혜가 없었다면 누가 비상대권을 가져 이 높은 파고를 헤쳐갈 수가 있을까, 이재오 일까, 정몽준 일까. 김문수일까. 또 다른 누구일까,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적임자는 박근혜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의 어깨가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출처: 애국애족포럼)

(장자방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