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홍시
할머니와 홍시
어린 시절부터 감기에 걸리면 다른 사람은 콧물이 난다고들 하는데
난 언제나 목감기를 앓았다.
4남매 위에 언니가 맏이고 오빠가 있고 셋째인 나 위에 오빠는 아들이라
4살이 되도록 엄마 젓을 먹고 자랐지만 오빠랑 두 살 차이인 난 아기인데도
엄마 젓보다는 할머니가 쌀죽을 끓여 먹였다고 하셨다.
어릴 때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서일까 난 아직 우유를 먹지 못한다.
억지로 먹고 나면 토하려고 하거나 속이 좋지가 않다.
아래 동생도 딸이다 보니 딸 셋에 아들 하나 중 셋째니 가장 만만한 게 나
어릴때지만 눈치는 있어서 살아 남으려면 무조건 속 섞이지 않고 집안일도
도우며 엄마 아버지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가장 든든한 울타리 할머니가 계시니 그래도 슬프지만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방에서 겨울에는 발이 시리다는 할머니 발에 어려서 발이
따뜻하다던 할머니 말씀에 내 발을 할머니 발에 가져다 데워주곤 하였다.
할머니도 어디 놀러 가셨다가 오실 때면 주머니에 넣어 두셨던 맛있는 먹을것을
다른 형제들 몰래 나에게 주시곤 했다.
봄이 다가오던 어느 날 한겨울에도 걸리지 않던 감기에 걸려 말도 재대로 할 수 없을
만큼 편도가 부어 먹지도 제대로 못 할 때 할머니가 옥아 뭐 먹고 싶은 거 없느냐?
물으셨고 난 시원한 홍시라고 대답을 했다.
봄이 다가오는 계절인데 지금처럼 냉장고도 없고 홍시가 있을리 없겠지만
할머니는 온 동네를 돌며 홍시가 있는지 수소문을 했고 장독에 몇개 남아 있는
홍시를 얻어 오셨다고 먹어 보라고 하신다,
목이 아픈 나로서는 시원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홍시가 목안으로
넘어가자 금방 감기가 나을 것만 같았다.
지금도 아플 때면 홍시가 생각이 나는데 그때 그 맛은 아니다.
아마도 할머니 사랑이 담겨서 더 맛이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몰랐는데 할머니의 사랑을 지금은 새삼 느끼게 되고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가 너무 감사 하다. 남들은 몰라도 어린 시절 엄마를 대신해 엄마 역활을 해준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어버이날 아버지 산소에 가면서 할머니 산소도
잠시 들러 사과랑 술 한잔 부어드리고 눈시울을 적시니 엄마 누구야? 딸이 묻기에 엄마의
할머닌데 엄마에겐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해 주었었다.
지금도 가을에 감을 사서 홍시를 만들어 얼린 홍시를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먹고 싶을 때면 꺼내 먹는데 아직도 냉장고에 20개 정도 남았는데 그걸 보니
오늘은 잠시 옛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홍시를 볼 때면 할머니 생각을 하는 손녀를
아직도 이쁘게 지켜 주실 할머니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글/시인 원화 허영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