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은행잎 지는 날의 연서

이천이 2011. 1. 4. 20:08

 

    은행잎 지는 날의 연서

     

    비바람에 여린 잎 적시우고

    태풍에 휘둘리며

    닿을 수 없는 태양

    우러르고 바라며

    사랑한다는 고백 감추고

    감추어 고결하게 품어 낸

    노란빛 길섶에

    하나 둘 떨어 집니다

    어여쁜 그 빛깔이 좋아서

    책갈피에 꽂아 두며

    첫 사랑을 꿈꾸던 열다섯

    그 소녀는 무정한 세월 앞에

    수줍음도 부끄러움도

    잊은 지 오래입니다

    물 마른 개울가하얀 갈대가

    춤을 추는 황금 빛 들길을 따라

    목청이 아프도록 사랑을 노래하던

    그 어여쁜 소녀는

    음악가가 꿈인 것도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꿈도 희망도

    겸손히 내려 놓으며

    세월에 순응하고 살아 왔지만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떻게 멀리할 수 있겠습니까

    가을이 깊어

    외로움이 깊어

    가슴 시린 고독에

    눈물 나는 날에는

    내게 말해 주세요

    내 어린 날의 꿈들과

    내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를

    당신의 고독한 가슴에

    사랑 담아

    채워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