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지는 날의 연서 비바람에 여린 잎 적시우고 태풍에 휘둘리며 닿을 수 없는 태양 우러르고 바라며 사랑한다는 고백 감추고 감추어 고결하게 품어 낸 노란빛 길섶에 하나 둘 떨어 집니다 어여쁜 그 빛깔이 좋아서 책갈피에 꽂아 두며 첫 사랑을 꿈꾸던 열다섯 그 소녀는 무정한 세월 앞에 수줍음도 부끄러움도 잊은 지 오래입니다 물 마른 개울가하얀 갈대가 춤을 추는 황금 빛 들길을 따라 목청이 아프도록 사랑을 노래하던 그 어여쁜 소녀는 음악가가 꿈인 것도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꿈도 희망도 겸손히 내려 놓으며 세월에 순응하고 살아 왔지만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떻게 멀리할 수 있겠습니까 가을이 깊어 외로움이 깊어 가슴 시린 고독에 눈물 나는 날에는 내게 말해 주세요 내 어린 날의 꿈들과 내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를 당신의 고독한 가슴에 사랑 담아 채워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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