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송년사
새싹이 돋고 꽃이 필 때
키가 자라고 잎이 커질 때
그 때는 모든 게 순탄하리라 믿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부드러운 바람맞으며 새소리 듣고 자라면
좋은 열매만 많이 맺을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가뭄이 들어 목이 말랐습니다.
어느 날은 장마로 몸이 물에 잠겼습니다.
어느 날은 태풍이 불어와 가지를 부러 뜨렸고
어느 날은 추위로 잎을 모두 떨구어야 했습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고 성한 잎
온전한 열매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보며 슬퍼하지 마십시오.
나의 지난 한 해는 최선을 다했기에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다시 새해가 오면 나는 또 꽃을 피우고
잎을 펴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상처와 아픔을 알지만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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