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고향집’ 복원한다고 밀어줬나
< 시사저널 > 은 제1159호(1월3일자) 커버스토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 논란을 다룬 바 있다. 이대통령이 어린 시절에 살았던 포항 덕실마을에서 새로 고향집을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기존에 '고향집' 두 채가 이미 서로 난립하고 있음에도 인근에서 또 새로운 고향집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지 보도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MB 생가 복원 사업을 놓고 포항시와 경주 이씨 종친회가 'MB 성역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진상 조사에 나섰다. 재단측에서는 "언론의 과도한 의혹 제기로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마을인 포항시 홍해읍 덕실리 덕실관 뒤편에 복원된 이대통령의 고향집. ⓒ 시사저널 전영기
MB 고향집 복원 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이제 이 사업을 진행했던 경주 이씨 종친회 산하의 '표암문화재단'으로 옮겨붙고 있다. 이 재단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9월에 설립되었다. 그리고 설립된 지 6개월 만인 이듬해 3월 별다른 활동 내역이 없는데도 정부로부터 지정 기부금 단체로 선정되었다. 표암문화재단측은 "지금은 MB 고향집 복원 사업의 주체가 우리 재단이 아니다. 건축주 명의는 '표암화수회'로 바뀌었다"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서 생가 복원 사업이 표암문화재단의 사업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표암화수회 역시 표암문화재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지적이 많다(표암화수회 회장직을 맡았던 이상필씨가 표암문화재단의 부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한편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상록씨는 과거 민주당 부총재를 지냈던 김상현 전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정치권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암문화재단이 의혹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우선적 이유는 비영리 재단법인 및 지정 기부금 단체로 선정된 배경 때문이다. 지정 기부금 단체는 개인 및 법인 기부자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경주이씨 종친회' 차원에서 기부금을 모집했을 때보다 자금을 마련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문화예술 분야 비영리 법인으로서 갖는 혜택도 많다. 법인의 활동 목적에 맞는 토지를 취득하거나 등록할 때 관련 세금이 면제된다.
비영리 재단법인 및 지정 기부금 단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선 관련 주무 관청으로부터 비영리 법인 인·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인·허가를 취득해 법인이 구성된 후에는 주무 관청에 지정 기부금 단체로 신청한다. 그러면 해당 주무 관청은 매 분기마다 기획재정부장관에 추천을 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심사해 최종 지정·공고하는 식이다.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 지정 기부금 단체 지정이 남발되어 문제가 된 이후, 주무 관청 추천서 및 최근의 활동 내역 등을 면밀하게 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카페도 기재부 지적 받고서야 개설
이명박 대통령을 기념하려 지어진 덕실관의 실내. ⓒ 시사저널 전영기
최근 지정 기부금 단체로 선정된 한 사단법인의 관계자는 "법무사와 함께 법인을 설립하기 1년 전부터 준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 허가를 받은 후에는 약 6개월간 활동 내역을 자세히 기록해 지정 기부금 단체 지정을 신청했다. 준비를 잘 하지 않아 두 번 이상 퇴짜를 맞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초 재지정을 받은 법인측 관계자도 "요즘 신규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법인의 성격 및 목적과 관련해 까다로운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표암문화재단측이 "지정 기부금 단체는 신청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실제 표암문화재단은 지정 기부금 단체 지정 당시 기획재정부가 요구하는 지정 요건을 일부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다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을 공개할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설되어 있어야 기획재정부장관의 지정이 가능한데도(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 2010년 3월 당시 재단은 홈페이지를 마련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7개월이 지나서야 기획재정부측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암문화재단이 'MB 생가 복원 사업'을 위해 설립된 단체이며, 여기에 형평에 맞지 않는 지원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표암문화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걷어 고향집 복원 사업에 충당했다'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표암문화재단측의 한 관계자는 "고작 초가 몇 동 올리려고 재단까지 설립하겠나. 경주 이씨 종친회에서 진행하려니 모금이나 행정 처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기에 재단의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은 1억5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표암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재단으로서의 공익적 목적과 어긋나는 사업을 재단의 이름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설립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표암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재단에 걸맞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2011년에 신라사학회가 주관해 개최한 '신라의 건국과 사로육촌 학술대회'를 후원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 결산보고에 따르면 2억7천여 만원의 지출 금액 대부분은 사무실 운영 경비로 쓰였다. 표암문화재단이 왜 설립되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단 관계자는 "경주 이씨의 발상지인 표암재에 부동산이 많다. (문중의 재산을 두고) 다툼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문화재단을 만들어 놓으면 관리하기가 쉬워서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재단의 '진짜' 설립 목적이 본연의 공익적 활동보다는 종친의 재산인 부동산을 관리하는 데 치중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비영리 재단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 및 지역자원시설세를 면제(지방세특례제한법 제52조)하는 혜택도 주어진다.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표암문화재단의 기본 자산은 시가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MB 고향집' 다시 가보니…
겉보기만으로는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지난 1월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주변에 공사 장비 및 자재들이 널려 있었지만,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지금은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그러나 언제 복원 사업이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예산이 부족해 내부 보강 공사 등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표암문화재단의 관계자는 "건물 신축비 2억4천만원가량에 토지매입비까지 합해 모두 5억원이 소요되는데, 현재 3억5천만원 정도가 부족해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각 언론 매체에서 얼토당토않은 의혹을 제기해 모금이 더욱 줄어들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새로 복원 중인 고향집 주변에는 실제 고향집 터, 이명박 대통령의 친척이 살고 있는 집, 복원중인 집 바로 앞의 기념관인 '덕실관' 등이 하나의 관광 코스를 이루고 있다. 모두 포항시에서 조성한 것이다. 외형상 딱히 화려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시설들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15억원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덕실관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이대통령을 홍보하는 전시 자료가 2개 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다. 예컨대 선거법 위반으로 1998년 국회의원직을 내놓았던 전력에 대해서는 '기업인 출신인 탓에 정치 도전에 실패했으나, 서울시장 당선으로 끝내 극복했다'라고 미화하는 식이다.
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대통령을 향한 '성역화'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포항·이규대 기자 / bluesy@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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