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현직 판사 “법관인사위는 ‘사법부 장악 음모’ 의심”

이천이 2012. 2. 7. 22:55

 

현직 판사 “법관인사위는 ‘사법부 장악 음모’ 의심”

사위 신설됐다는 것도 그동안 몰랐다”

   “법관인사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개정의 목적이 강기갑 판결, 피디수첩 판결 등 소위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를 제어하거나 솎아내기 위한 것, 또는 사법부 장악 음모로 비쳤다는 점에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변민선 판사)

서기호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42·사법연수원 29기)의 재임용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법관인사위원회가 7일 열린 가운데 현직 판사들이 현 법관인사위원회가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항의성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서 판사와 함께 북부지법에서 근무하는 변민선 판사(47·사법연수원 28기)는 6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관인사위 개최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외부 인사가 8명 참여하는 법관인사위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변 판사는 법관인사위가 설치된 과정에 “불순한 입법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했다. 법관인사위가 설치(법원조직법 제25조의 2)되고 판사 연임규정이 생긴(법원조직법 제45조의 2) 것은 2010년 6월께다. 변 판사의 글을 종합하면, 법관인사위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법관인사위 설치를 위한) 법개정은 2010년 1월26일께 문성관 중앙지방법원 판사가 피디수첩 기자들에게 전원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보수 매체 등을 중심으로 소위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들에 대한 거친 비난이 쏟아지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2010년 3월17일 사법부를 겨냥해 법관인사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10가지 사법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판사들이 이에 반발해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 개선안은 그러나, 2010년 6월 판사들과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어느 순간 입법됐다.”

 변 판사는 법원조직법이 개정되어 법관인사위원회가 신설됐다는 것을 “서기호 판사 덕분에 2012년 1월30일에서야 처음 알았고, 대부분 판사가 이를 여전히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관인사위원회 위원의 구성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게 변 판사의 판단이다. 인사위 구성을 보면 사실상 외부에 인사권이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사위원회는 11명 중 법관이 3명, 나머지 8명은 외부인사로 구성한다. 외부인사는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다만, 판사의 신규 임명에 관한 심의에만 참여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2명,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법학교수 2명, 기타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외부인사 2명이다.

변 판사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현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한국법학교수협회장은 고위 검사 출신으로서 이미 동아일보 시론에서 SNS 판사를 빗대 ‘일부 법관의 일탈한 행동, 법관으로서의 품격 상실’ 등을 언급하면서 ‘사법부의 조용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고, 내부에서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들이) 추천한 인사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법관인사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변 판사는 “대한변협회장은 이익단체이며, 지난해 11월 대한변협은 ‘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촉구해 논란이 벌어져 그 협회장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법관 인사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변 판사는 “위헌적 소지마저 보이는 법관인사위원회를 열어 연임대상 부적격 대상자를 선별하고 심사한다면, 어떻게 심사하든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심사기준은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평가가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 판사는 마지막으로 “재판의 독립, 즉 재판의 정당한 행사는 부당한 외부 또는 내부의 간섭으로부터 법관의 신분을 보장받았을 때만 가능하다”며 “이번 사안(법원조직법 개정)은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직결되는 만큼 (국회 등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판사는 지난해 11월에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옹호한 바 있다. 그는 최 판사가 공직자윤리위에 회부되자 법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정작 회부할 사람은 최 판사가 아니라 법관의 공정성을 의심하도록 유발하고, 법관 개인만 아니라 그 주변 친구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조선일보> 기자 아닙니까”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동연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도 6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관연임제도에 관한 소고’라는 글을 올려 현행 법관연임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판사는 “현재 법관근무평정제도는 평가자의 주관적·자의적 평가 우려와 그 방지 시스템이 미비해 법관의 독립적 재판을 해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 판사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2006년 우리나라에 ‘법관의 임기 보장과 사법적 업무방해 방지조치’를 권하며 ‘사법부 독립의 충분한 보장의 부재, 특히 판사들에 대한 평가 과정이 그들의 신분 보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했다’며 서 판사의 재임용 불가 통보는 유엔의 권고사항에 역행하는 조처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아래는 변민선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 원문이다.

  

 

 법관인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변민선 판사

세상사 돌아가는 거에 익숙하고 순응할 나이가 다 된 것 같은데도, 요새 법원과 관련한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몹시 심란합니다.

사법부는 1990년대 말 의정부 사태를 거치면서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하여 왔고, 현재에 이르러 나름대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저는 자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도가니’영화 흥행 성공, 정봉주 사건 상고기각 판결, 그리고, ‘부러진 화살’ 영화의 흥행 성공을 거치면서 사법부가 마치 모든 국민의 공적(公賊)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 제가 지나친 노파심일까요? 저는 사법부의 자정을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부러진 화살’을 본 많은 지인들이 하나같이 “영화가 참 재미있다, 보면서 참 분노했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관련 판결문을 모두 본 저로서는 판사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그 영화의 기초가 일부 왜곡되었고 허구다”라고 열심히 설명을 해보기도 했으나, 설명해봐야 이 거대한 국민의 분노의 파고 앞에 별 도움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에 입을 다물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부러진 화살’은 영화이고 허구다”라고 외쳐도, 허공에 맴도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었고, 저는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는 엄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지 당장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 와중에 서기호 판사가 연임 부적격 심사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요새 언론에서 꽤나 시끄럽습니다. SNS에서도, 법원게시판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말 법원으로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런데, 서기호 판사 덕분에 저도 모르고 거의 대부분 판사도 전혀 모르고 있던 법관인사위원회가 새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원조직법 제25조의 2의 신설에 따라 외부인사가 적어도 2/3이상 참여하여 “법관의 인사 및 연임 등에 관한 사항”, 더 나아가 “인사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을 심의할 수 있는 ‘법관인사위원회’가 설치되어 판사의 연임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필요적으로 거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법원이 국민의 불신에 몸살을 끙끙 앓고 있는데, 갑자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외부인사 주도의 법관인사위원회가 설치되다니, 정말 놀랍기만 했습니다. 이러한 입법사항이나 입법과정은 모든 판사들이 알아야 하고, 내부적으로 같이 진지하게 논의할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해당사자인 판사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왜 우리 법원이 이렇게까지 오게 된 걸까 하는 의문이 저의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희미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보고, 몇 개의 과거 기사를 훑어보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되살려 봅시다.

  강기갑 판결 이후 작년 이맘때인 2010. 1. 26. 중앙지방법원 문성관 판사는 피디수첩 기자들에 대하여 전부 무죄판결을 했고, 위 판결은 모든 언론의 톱기사가 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 등을 중심으로 피디수첩 무죄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소위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들에 대한 거친 비난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나라당도 이에 동참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2010. 3. 17. 한나라당은 전격적으로 사법부를 겨냥한 10가지의 사법제도 개선안을 발표합니다. 그 10가지 중 주요내용은 대법관 24명으로의 증원, 영장항고제 도입, 경력법관제 도입, 대통령 직속 양형위원회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재정합의부 구성을 통한 특정사건의 재정합의부 회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룡정점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설치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법관 3인과 함께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이 2명씩 추천한 6인 등 9인으로 법관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판사의 보직 및 전보 명령을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의결하며, 연임법관에 대하여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심사하고, 법관 연임, 보직, 전보 등 인사관리에 법관 평정결과를 무조건 반영하는 등 법무부장관 등이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참여한 법관인사위원회가 임용, 연임만 아니라 판사의 보직, 전보까지 관여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합니다. 아예 법관 인사를 외부에서 맡겠다는 의도의 다름이 아닙니다.

  당연히 판사들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 유지의 필수 조건인 인사권을 침해당하면 재판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 안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히 반발합니다. 많은 언론도 한나라당 안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합니다. 민주당 등 야당도 ‘사법부 장악음모’라고 맹비난합니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다음날인 2010. 3. 18. 법원행정처도 법원행정처장의 명의로 이례적으로 “최근의 이른바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진행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 , “최고법원의 적정한 구성과 사법부의 자율적 인사운영은 사법부가 독립성을 지키고 헌법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이러한 처사는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나라당 안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판사들에게 법원행정처장님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까지 공지사항으로 알리면서 입법과정을 공개해 왔습니다.

  다음날인 2010. 3. 19.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는 “국민이 사법부 개혁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우려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며 마치 법원의 정당한 비판이 기득권을 지키는 행위인 것처럼 몰아 부칩니다. “사법부 개혁은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다”라고까지 강변합니다. 물론 안상수 원내 대표는 그 전인 2010. 2. 10. “합의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라도 사개특위를 계속 가동해 독자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 바 있듯이 강력하게 한나라당 사법개혁안을 국회에서 관철시킬 의지를 불태웁니다.

  그런데, 사법부가 그렇게 반대함에도, 한나라당 사법개혁안을 사법부 장악 음모라고 맹비난했던 민주당이 의외로 국회 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선뜻 동의해 버립니다. 사법부 개혁이 아니라, 중수부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근거로 결국 동상이몽으로 국회 내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너무나 쉽게 출범하게 됩니다.

   그러나, 2010. 6. 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사실상 사법개혁안을 진두지휘했던 안상수 원내 대표가 물러나면서 사법개혁안은 한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고, 법원행정처도 더 이상 법관인사위원회 등 국회 내 입법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가 기억하기로는- 더 이상 법관들에게 알리지도 않게 되고, 어느새 법관인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사법개혁안은 우리의 관심사 속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2010. 6.경 우리도 모르던 사이에 국회 산하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라졌다고 여겼던 법관인사위원회 제도가 합의되고, 그 무렵 국회의결을 거쳐 법원조직법 제25조의 2(법관인사위원회)가 신설되고, 제45조의 2(판사의 연임) 규정이 개정됩니다. 판사들 및 사법부가 그토록 반대하였던 한나라당 안이었던 법관인사위원회 설치가 당초 안에서 조금 탈색된 채 조용히, 그리고 너무나 쉽게 국회를 통과하고, 거의 대부분 판사들은 이러한 사실 자체도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사법개혁안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했던 저 자신도 저번 주 월요일인 2012. 1. 30.에야 법원조직법이 개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법관인사위원회가 신설되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다시 기사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살펴보니, 작년 6월 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했던 중수부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검찰개혁안은 사개특위에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반하여 한나라당이 요구했던 사법부개혁안은 대법관 증원, 양형기준법 제정 등을 제외하고는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등 거의 대부분이 합의되어서 통과되었더군요. 그 전에 저는 개인적으로 전관예우법, 경력법관제 정도만 합의된 줄 알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법안이 당사자인 법관에 대한 별 다른 의견 수렴도 없이 정말 소리 없이 입법되었더군요. 이런 걸 두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았다고 표현하면 과한 표현일까요?

 

 개정된 법원조직법 제25조의 2(법관인사위원회)의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25조의2(법관인사위원회)

 ① 법관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법관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인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인사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

  2. 제41조 제3항에 따른 판사의 임명에 관한 사항

  3. 제45조의2에 따른 판사의 연임에 관한 사항

  4. 제47조에 따른 판사의 퇴직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대법원장이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부의하는 사항

 ③ 인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④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1. 법관 3명

  2.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 다만, 제2항 제2호의 판사의 신규 임명에 관한 심의에만 참여한다.

  3.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2명

  4.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법학교수 2명

  5.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람 2명. 이 경우 1명 이상은 여성이어야 한다.

 

  사법부도 국민의 민주주의적 통제를 받아야 하기에 국민이 사법부의 운영을 감시하고, 국민이 사법부 운영에 참여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국민이 요구하고 필요하다 한다면, 법관인사제도도 당연히 국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저 자신도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더 받기 위해서도 국민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일 수 있도록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많은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회 또한 입법권을 통한 사법부의 견제는 삼권분립의 원칙상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을 통한 사법부에 대한 견제 또는 통제도 그 헌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의 보장을 위한 헌법적 제도적 장치로서의 삼권분립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사법부의 독립”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법률을 제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 입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만큼 삼권분립의 제도에서 사법부의 독립, 사법부의 재판권, 인사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재판의 독립을 위한 것이고, 재판의 독립은 이해관계인이나 권력기관의 간섭, 나아가 법원 내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움으로써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법관은 공정한 심판자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하여 정당하고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재판의 독립, 즉 재판의 정당한 행사는 부당한 외부 또는 내부의 간섭으로부터 법관의 신분을 보장받았을 때만 가능합니다. 법관의 신분 보장은 국가기관 또는 이해관계자 및 이익단체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공정하며 투명한 인사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사권의 독립은 사법부의 인사제도의 독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다면,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기 위해서도 인사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사법부의 독립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관인사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개정의 당초 목적은 이미 한나라당이 사법제도 개혁안으로 내놓을 때부터 언론이나 야당에서 문제제기했듯이 강기갑 판결, 피디수첩 판결 등 소위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를 제어하거나 솎아내기 위한 것, 또는 사법부 장악 음모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이 법 개정만으로도 법관이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실제로 위축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불순한(?) 입법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더욱이 그 수단으로서 법관인사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25조의2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사법부의 법관 인사권의 독립 보장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관인사위원회 위원 11명 중 법관이 3명이고, 나머지 9명은 외부인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 내용을 보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위험성이 다분해 보입니다. 법관인사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다만, 판사의 신규 임명에 관한 심의에만 참여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2명,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법학교수 2명, 기타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외부인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정부 장관인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이, 비록 신규임용 때의 심사에만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법관인사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정부의 사법부에 대한 인사권 침해, 삼권분리 원칙의 침해로서 위헌적 성격을 갖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특히나 앞으로 경력법관제가 시행되어 10년 이상의 경력의 변호사를 판사로 선임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법무부장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잘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인사에 개입하는 제도를 둔 그런 다른 국가의 입법례나 있기는 있나요? 하다못해 우리나라의 사법부 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군사독재를 겪고 오면서도 이런 제도를 둔 기억이 없습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은밀하게 뒤에서 인사권에 개입하였지 이렇게 합법적으로 공개적인 제도를 두면서까지 인사권에 개입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법률전문가 단체 대표 또는 학계대표의 추천 인사로서 4명이 참여하는데, 이 또한 우려되는 바가 많습니다. 법률전문가 단체 또는 학계가 전문가로서 인정받는다고 하여 법률전문가 단체장이 추천한 인사가 법관인사를 심사함에 있어서 공정하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전경련 회장이 경제전문가라서 해서 행정부 내 경제담당 공무원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또는 노총 인사에 개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법률전문가 단체장이 추천하는 인사를 위촉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추천된 인사가 법률전문가 단체장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인사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법률전문가 단체장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의하여 법관 인사가 좌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현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과 동기로서 친분관계가 꽤 된다는 신문기사도 있습니다. 이런 분이 아무리 선의를 갖고 인사위원회 위원을 추천한다고 하더라도, 그 분이 추천한 인사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법관인사를 심사할 수 있다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고위 검사 출신으로서 이미 지난 동아일보 시론에서 SNS판사를 빗대 “일부 법관의 일탈된 행동, 법관으로서의 품격 상실” 등을 언급하면서 “사법부의 조용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고, 내부에 엄격해야 한다”고 한바 있습니다. 법률전문가로서 당연히 쓸 수 있는 글이지만, 그 여부를 떠나 SNS판사에 대하여 이미 예단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판을 함에 있어서 판사가 당사자에 대하여 예단을 가지면 안 되듯이, 법관 인사를 심사함에 있어서도 예단을 갖는다고 보이는 인사가 추천한 외부위원이 법관 인사를 심사하는데 참여하면 그 공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하는 2인은 어떤가요? 대한변협은 법원 판결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변호사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대한변협은 공익적 성격을 가지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이익단체이기도 합니다. 비록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익단체인 이상, 그 회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사법부 인사를 심사하고, 인사방향을 정한다면, 이는 외부로부터의 사법부의 독립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익단체가 국가 인사권에 개입하는 전례는 보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대한변협 협회장은 국내 5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을 설립하여 계속하여 그 대표로 계셨다가 작년에 회장으로 선출된 분입니다. 국내적으로 한, 미 FTA 찬 반간 격론이 벌어지고 있던 작년 11월 대한변협은 이례적으로 “국회는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촉구하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한변협도 그 협회장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의하여 법관 인사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법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일부라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법관인사위원회의 외부인사의 구성은 법원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와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검사와 변호사는 재판의 당사자이고, 학계인사의 경우도 법관인사라는 영역에서 법무부장관과 대한변협 회장과 마찬가지로 일반국민을 대표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무부장관, 전문가단체장 등이 추천하는 외부위원으로 법관인사위원회가 2/3이상 채워지고, 이에 의하여 법관 인사 심사가 이루어진다면, 결국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 또는 단체장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의하여 그 심사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법원 인사가 그렇게 휘둘려진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결코 보장될 수 없습니다.

   혹자가 법관인사위원회는 심사만 의결할 뿐 법관인사의 최종적인 결정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법관인사위원회와 달리 이번에 설치되는 법관인사위원회는 법률에 의하여 설치되는 의결기관입니다. 비록 최종적인 인사결정권이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하여 대법원장이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통보한 장관예비후보 중 단 한명이라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장관으로 임명한 역사가 없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법관인사위원회는 사실상 인사의결기구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더욱이 관련 법규정상 연임 부적격 심사대상자 선정은 법관인사위원회의 권한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구제받는다고 하더라도, 법관인사위원회에 연임부적격 대상자로 선정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판사로서는 상당한 불명예이고, 불이익입니다. 결국 개정된 법률에 따른 법관인사위원회의 구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법원장의 법관임명권을 사실상 침해한다고 말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저만 아니라, 저의 층 판사 16명 중 거의 대부분이 법원조직법이 개정되고, 그에 기하여 법관인사위원회가 설치되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연임 대상 판사인 서기호 판사마저도 몰랐습니다. 국회가 판사들과 논의하고 합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삼권분립제도의 유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법관 인사제도를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므로, 적어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입법했어야 했습니다. 재판의 독립성이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여 법관에게 독단적으로 재판하라는 의미가 아니듯이 국회가 헌법과 삼권분립의 원칙을 초월하여 입법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위헌적 소지마저 보이는 법관인사위원회가 개최되어 연임대상 부적격 대상자를 선별하고 심사한다면, 어떻게 심사하든 저로서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심사기준은 지극히 추상적입니다.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해로 인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 추상적 규정만 있어서 그 구체적인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으면, 그 평가가 공정하다고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연임대상 부적격 대상자에 선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예를 훈장처럼 여기는 판사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는 것이고, 나아가 재임용 거부는 해임과 같은 중대한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비록 법률에 의하여 법관인사위원회가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가 2/3이상 참여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는 만큼 그런 의심을 떨쳐내고 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안 자체가 중차대한 점을 고려하여 연임 부적격 심사대상자를 선정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의 추상적인 법률조항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연임 부적격 심사대상자를 선별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심사기준은 공개되어야 하고, 그 심사결과도 공개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 제가 과문해선지 법관인사위원회의 위원이 누구인지도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도 공개되어야 합니다.

   외부인사가 2/3이상 참여하는 법관인사위원회가 신규임용, 연임만 아니라 인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연임대상 판사들만 아니라 모든 판사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저의 기우일 수는 있지만,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른 법관인사위원회 구성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를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판사만 아니라 법원구성원 모두의 깊이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나아가 법원행정처도 그 동안의 입법과정을 공개해야 합니다. 초기에 법관인사위원회의 구성을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왜 국회에서 너무나 쉽게 통과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하다면 판사들을 설득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거나 판사들의 논의를 통하여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법부 및 그 구성원을 위하여 법원행정처가 누구보다도 고생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사법부의 독립의 보장과 직결되는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회 또한 다시금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합니다.

   법관인사위원회가 2012. 2. 7. 내일 정식 개최되어 연임 부적격 심사대상자인 서기호 판사의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로 했고, 서기호 판사님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직접 출석하여 의견 진술을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우리의 법원의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서기호 판사님이 연임 부적격자인지의 판단을 떠나 법관인사위원회의 구성과 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절차가 합당하고 투명하며, 공정한지의 여부에 대하여 많은 법원구성원들이 진지하게 관심을 갖길 기대합니다.

   법원 내부도 인간인지라 그 성향이나 가치관, 세계관이 정말 다양합니다. 당연히 잡음도 있고, 의견대립도 있고, 다른 법원구성원의 행위에 대하여 거슬리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도,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부당한 권한 행사를 하지 않는 한, 세상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성향, 가치관, 세계관을 인정하고 보호하여야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고, 법관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법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법관 개인의 성향, 가치관, 세계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법관인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명언을 소개하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

 

변민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