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미 한인여성들 “맹장수술 4천만원 괴담 아니다”

이천이 2011. 11. 18. 17:44
 

미 한인여성들 “맹장수술 4천만원 괴담 아니다”

 

미국 거주 한인여성 1135명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선언


“먹고살기 위해 마약소굴에 몸 담은 멕시코, 대한민국이 그들과 다를까”

 

 

“든든한 직장이 없으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매달 평균 100만원 안팎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부담 하면서도 가벼운 몸살로 병원을 찾아도 병원비와 약값으로 따로 몇 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 믿어지십니까? 앰뷸런스 한 번 이용하는 데 기본 100만원, 여덟 바늘 꿰매고 실밥 뽑는 데 200만원, 위 수면 내시경 검사 400만원, 팔 골절 수술 2000만원, 맹장수술 4000 만원, 제왕절개 수술 5000 만원, 뇌종양 수술에 2억원의 병원비 청구서를 받았다는 얘기는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여성 1135명이 지난 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재미 한인 여성 사이트인 ‘미씨유에스에이(USA)’미즈빌 회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발표한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선언문’에 미국 거주 한인여성 1135명이 ‘동참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와 있는 이 선언문은 누리꾼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반대 선언문에서 “한미 FTA는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대한민국 경제에 ‘이식’하는 것”인데 “지금 미국 경제 현실은 정부 예산 부족으로 공교육이 무너져 내리고 국민들은 살인적인 의료비와 보험료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공공복지, 서비스 분야, 그중에서도 의료 서비스 분야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다”며 “만일 지금과 같은 내용대로 한미 FTA 가 타결된다면 약값 인상과 의료 민영화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것은 결국 불합리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의료 민영화가 가져오는 폐해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경험자요, 생생한 증인”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한 번 잘못 체결한 FTA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날마다 실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주한인여성들은 반대선언문에서 “식당이나 마켓, 세차장, 공원 등 어디를 가더라도 고된 육체노동으로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며 “미국에서 남들이 꺼리는 허드렛일을 도맡은 멕시코 사람들은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멕시코가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뒤) 자국 경제기반이 참담하게 무너진 멕시코 현지에서는 생계가 막막한 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노점상으로 살아가고, 역시 ‘먹고살기 위해’ 마약소굴에 몸 담은 세력들이 치안을 위협할 지경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온다”며 “지금 발견된 위험 요소들을 모두 무시하고 한미 FTA 를 체결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들과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여야 의원 모두 상대방을 향해 친미주의자, 종미주의자, 혹은 반미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들이밀지 말고, 한미 FTA를 처음 추진할 때의 ‘국익 최우선’이라는 목표로 돌아가 큰 틀에서 의논해 주십시오!”라며 “지금의 망국적 한미 FTA 는 당장 폐기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롭고 희망적인 대한민국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제시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