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박근혜여, 우리와 함께" 생존경쟁 시작됐다

이천이 2011. 7.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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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이었고 내년 총선·대선에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 분명한 ‘포퓰리즘’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균열이 확연해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간에 뚜렷한 시각차가 확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 신문(조선)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들 언론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어떤 보수 후보를 내세워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좀 더 직접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떤 대선 후보로 만들 것인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2일, 조선 송희영 논설주간은 <좋은 포퓰리즘, 나쁜 포퓰리즘>이란 제목의 매우 흥미로운 칼럼을 내놓았다. 송 주간은 이 칼럼에서 “포퓰리즘을 '인기편승주의' '대중영합주의'로 딱지 붙이는 것은 편견이 심한 해석”이라며 포퓰리즘에 대한 보수진영 전반의 그간 시각을 180도 뒤집었다.

   
조선일보 7월 2일자 송희영 논설주간의 칼럼.

 

송 주간은 “복지 구상이 나올라치면 주저 없이 '무책임한 포퓰리즘', '포퓰리즘식 나눠먹기'라고 비난하는 지식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본디 나쁜 말이 아니”라며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대중(大衆)의 뜻을 받들고 다수 의견을 존중하는 일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 주간은 나아가 “더군다나 우리는 포퓰리즘이 왕성할 수밖에 없는 토양 위에서 살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재벌은 갈수록 커지고 이자·배당 수입으로 수백억원씩 소득을 올리는 수퍼 부자들이 속속 탄생”하는데 “저쪽 편에 풍요가 넘친다면 이쪽에는 곤궁한 무리들이 득실댄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828만명(노동사회연구소 추정),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赤字)가구가 530만,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157만 가구, 실질적인 청년실업자가 120만명, 신용카드 발급이 정지된 신용불량자가 100만명”이라는 것이다.

송 주간은 이어 “민주국가에서는 포퓰리즘을 정치적 에너지 자원(資源)으로 생각해야 옳다”고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정면 반박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좋은 뜻의 포퓰리즘을 정치적 밑천 삼아 나라를 바꿔보겠다는 진짜 포퓰리스트를 학수고대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송희영 주간의 이 칼럼에 특히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저 조선 한 간부의 ‘돌출적’인 주장이 아니라 올해 초부터 시작되어온 조선 논조 변화의 큰 흐름을 대표할 만하기 때문이다.

조선은 복지와 민생 담론이 급부상한 지난 2월경에 문어발 확장을 비롯한 대기업의 횡포 견제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록금 인하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조선은 심지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대통령 직속)의 “공적 연기금으로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중앙·동아 등 다른 보수언론과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포퓰리즘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직접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조선은 지난 1월 1일 신년 사설에서부터 “대한민국은 (내년에)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우리의 고치기 어려운 병인 ‘안보 포퓰리즘’, ‘복지 포퓰리즘’, ‘대북 편향 포퓰리즘’, ‘교육 포퓰리즘’이 그때 거리마다 유세장마다 흘러넘칠 게 훤히 보인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을 줄곧 내비쳤다. 특히 조선은 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포퓰리즘’이라고 줄기차게 공격해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긍정까지는 아니지만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조의 기사가 등장하는데 <표 겨냥한 정치권 복지전쟁 막기 어려운 상황됐다>(3월 8일자), <‘민주’보다 ‘복지’ 원하는 국민이 두배 가까이…내년 총선·대선 포퓰리즘 경쟁 치닫나>(4월 26일자)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은 3월 기사에서 “벌써부터 20~40대는 민주당의 무상시리즈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여론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과도한 복지 공방이 비난만 한다고 해서 진정될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 많다”고 보수의 ‘위기감’을 가감없이 전했다.

   
조선일보 3월 8일자 12면.

 

바로 이런 시점에서 “좋은 포퓰리즘도 있다”, “국민은 진짜 포퓰리스트를 원한다”는 송희영 주간의 칼럼이 화룡점정을 한 것이다. 송 주간은 지난 6월 18일자 칼럼 <공무원 1명 줄여서 빈곤층 10명 살릴 수 있다면>에서도 “정치권의 복지 경쟁을 ‘망국의 포퓰리즘’으로 매도할 필요는 없다. 빈부격차가 워낙 심해 적지 않은 곳에서 공짜 시리즈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에 이런 시각은 보수진영 내에서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한 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 담론을 내세우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은 아예 ‘우파 포퓰리즘’을 깃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는 불안하다. 무엇보다 ‘우파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같은 조선’의 다른 칼럼·기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홍준호 논설위원의 7월 6일자 칼럼이 대표적이다. 홍 논설위원은 <신주류 박근혜>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 전 대표의 ‘좌향좌’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껏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그의 오랜 침묵은 곧 지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그래서 그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당 정책의 좌향좌를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는 관측이 널리 퍼져 있다. 사람들은 지금 박 전 대표의 좌향좌가 복지 이외 다른 어느 분야, 어느 정책으로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논설위원은 이어 “4년 전 박 전 대표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구주류보다 더 단호하게 우파의 가치를 주장했다”고 상기시킨 뒤 “물론 상황이 바뀌면 정책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원칙을 중시해 온 정치인이라면 우파의 핵심가치에 손을 댈 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가 추진한다고 해서 포퓰리즘이 포퓰리즘이 아닌 것으로 둔갑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7월 6일자 홍준호 논설위원의 칼럼.

 

7월 4일자 <‘포퓰리즘 정책’의 역설>이란 제목의 기사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반값 등록금, 전월세 상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부업법 개정 등이 시장 왜곡으로 엉뚱한 수혜자·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의 논조는 이런 조선의 ‘비판적 입장’과 일치한다. 중앙은 연초부터 일관되게 포퓰리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은 좀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 같은 ‘우파의 가치’ 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삼성 등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중앙의 논조가 ‘대기업 규제’ 운운하는 포퓰리즘과 양립할 수 없다는 해석이 더 정확해 보인다.

중앙은 7일자 사설에서 “‘우파 포퓰리즘’은 위험한 레토릭”이라고 홍준표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중앙은 이 사설에서 “한나라당 정강·정책에는 ‘집단 이기주의와 분배지상주의 포퓰리즘에 맞서 헌법을 수호’”한다고 나와 있다며 “포퓰리즘이란 국가나 지도자가 정책을 선택할 때 이성(理性)과 경제성, 재정상황 같은 요소보다는 다수 대중의 정서와 욕구에 따르는 걸 말한다. 포퓰리즘 지도자나 정책은 역사적으로 실패가 많았고 실패가 진행 중이며 실패가 예고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설과 기사들도 ‘포퓰리즘 비판’ 일색이다. 6월 24일 사설 <경제를 포퓰리즘으로 다루는 정치권>이 대표적이다. 중앙은 이 사설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국회 청문회 등을 거론하며 “민간기업의 노사분규에 청문회를 열겠다는 국회 결정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면서 “허창수 회장(전경련)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과 감세철회 등 정책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정치권의 감정적 반응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비판한 기업인을 불러들이고, 민간 기업의 노사갈등에 뛰어드는 국회의 모습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7월 7일자 사설.

 

중앙은 또 6월 27일자 사설에서도 “포퓰리즘 혼선은 사회의 앞길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며 “소득 2만 달러에서 대충 나눠 가지고 빚잔치나 벌일 것인가. 아니면 3만~4만 달러를 위해 재정을 단속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홍준호 조선 논설위원과 마찬가지로, 중앙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포퓰리즘’ 노선으로 기우는 듯해 걱정이 크다. 중앙은 이 사설에서 “그런데 정치권은 반대 방향(포퓰리즘)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러면 사회의 발전은 늪에 빠진다.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 또 다른 도전자들, 야권의 정권 공략자 모두가 이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포퓰리즘을 둘러싼 최근 보수언론의 이같은 고민과 모색, 논쟁은 내년 권력재편기, 나아가 보수의 ‘생존’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관전 포인트는 역시 박근혜 전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될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이 대선주자의 행보에 따라 어떤 논조를 보일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 말, 안할 말 다 하고 있는 보수언론이 과연 박 전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당당히 논쟁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조선은 그 때문에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선은 중앙·동아보다 늘 ‘영악’한 편이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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