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여승의 그림자

이천이 2010. 8. 21. 11:13

    여승의 그림자

     

                                 시 : 서병수

     

    길게 드리운 노을

    말없이 누운 그림자 하나

    당신 이름 여승이여

     

    긴 그림자 드리우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당신의 긴 그림자 꼬리

    밟으며 이끌리듯 따르는

    나의 발자욱 소리만이

    둘만의 정적을 깨트리네.

     

    그대 이름 여승이여

    인간사에 얼마나 많은

    한을 품고 왔기에

    속세를 등지고 불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인가.

    무상무념으로 때론

    유상무념으로

    세상사 벗어버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

    인간 세상에 태어났단 말인가.

     

    그대 이름 여승이여

    당신의 목탁소리 한번에

    내 가슴이 찢어지고

    당신의 목탁소리 두번에

    내 애간장이 타버리니

    당신의 긴 그림자 꼬리를

    살짝살짝 밟으며 따르는

    이 심정을 어찌

    당신 앞에 고백하리.